단순 치유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아~ 또 못잤네.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며 또 집을 나선다. 어린이집 가기 싫다며, 아빠랑 집에서 놀고 싶다고 그냥 여느 애들처럼 칭얼대는 자식들에게, 힘들어하는 남편 마음을 혹시라도 상하게 할까봐 본인 힘든 내색은 하지도 못하고 옆에 있어주는 착한 아내한테 마저 연신 똥빛 우울함을 선사하고, 가끔은 이유 없이 짜증까지 내곤 한다.
명문대 출신으로 전문자격증도 있고, 금융쪽에서 제법 높은 연봉도 받고 있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의 가장으로서 정말 나 스스로도 세상 더 바랄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업무 난이도, 경쟁, 하급자와의 관계 등 회사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점점 쌓이면서, 언젠가 부터 불면증과 나중에는 이유없이 가슴이 아파오는 증상 (인터넷에 찾아본 바로는 ‘화병’의 증상이던 듯) 마저 생기게 되었으며,
사무실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멍하니 식물인간 마냥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의욕도 없었고 우울하였고, 점심시간에는 혼자 회사 근처 조용한 공터에 삼각 김밥 하나 사가서 요기하고 들어오곤 했다.
상황은 점점 나빠져서 아내에게 ‘대책은 없지만 일단 직장을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안 그러면 왠지 나 죽을것 같아...’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그때 아내가 조심스럽게 전문적인 상담센타나 신경정신과를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자기가 보기에는 우울증인 것 같다고 은근히 주위에 나 같은 사람 많다고...
그래서 신경정신과에서 정신과 약을 타다 먹어도 해결이 안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심리상담센터를 내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기에 차주현 대표님은 내가 나온 대학 출신 지인들을 아는데 다들 인생이 엉망이 되었다고 하는데 기분이 굉장히 상했었다. (물론 나중에 치유의 과정으로 나의 자존심을 자극하기 위해 연출한 것이란 것을 알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억압된 자아를 살려내면 임원까지도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도 했는데, 사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서 온 사람한테, 그냥 가족 행복밖에 다른 꿈이 없는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하니 내심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그런데 정밀한 심리검사와 상담이 진행되면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내면에서의 문제점과 그 동안 힘들었던 것의 원인이 정리되어 갔다. 먼저 불안정한 가정형편으로 인해 든든한 버팀목 없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지극히 절제하고 억제하는 삶의 방식이 지금에 와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어린 시절 불안정한 가정 형편에서의 불안감이 지극히 안전에 대한 강한 욕구를 낳게 하였고, 그것이 아주 겁이 많고, 쉽게 변화 내지는 움직이지 않는 나의 성격을 만들었다는 것. 지성에 비해 감성이 너무나 도태되어 있고, 내 가족이 아닌 남들, 직장의 동료들과 감성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들에게 베풀 줄 아는 초월적 자아가 부족하다는 것.
이런 분석 아래 차주현 대표님이 내려준 치유책을 나름 성실히 이행하기 시작했다. 먼저 겁이 많고 잘 안 움직이는 성격의 변화를 위해 권유한 ‘권투’를 시작했다. 격렬한 육체 운동 자체도 마음 건강에 좋지만, 상대와 직접적으로 맞서는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줄이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또 너무 절제하지 많고 하고 싶은 것을 해라라는 권유에 따라, 고가의 신형 스마트폰 구매, 블루투스 스피커 구매 등 소비는 물론 퇴근하면 가정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어 하던 관성 (사실 상담 과정에서 이것은 가족을 피난처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에서 탈피하여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도 활발히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장에서 너무 업무 얘기만 하지 말고, 덜 똑똑한 척해라, 오히려 바보인 척 해라 그래야 사람이 모인다 라는 조언을 따라 틈틈이 사무실 동료 선배들에게 먼저 농담도 건네고 했다.
이런 다양한 노력들과 상담이 지속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심리상담 5주만에 신경정신과에서 타다 먹던 정신과 약을 끊게 되었고 불면증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불면증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에너지가 생기면서 퇴근 후에도 업무처리 등 시간을 투자하고 지쳐서 잠이 들고, 다음날 계획한 시간보다 빨리 잠이 깨더라도 잠을 못 잤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벌떡 일어나서 아침 산책과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 예전에 불면증은 불면증 자체보다도 그 자체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사무실이 점점 나의 사무실이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전에는 마치 내 회사, 내 사무실이 아닌, 단지 경쟁과 그로 인한 승리 혹은 패배만이 존재하는 냉혹한 전쟁터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면, 이제는 동료와 상하급자와 좀 더 공감하고 일 이외에 것들에 같이 나누면서 점점 더 안정감을 느끼는, 지금은 어서 출근해서 가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예전에 그렇게 나 자신이 무능하고 뒤쳐진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도 팩트가 아닌 나 스스로가 만든 부정적인 생각이 만든 것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많은 변화들은 비단 나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직장 동료, 아내 등 주위 모든 사람들이 인지할 만큼 명확한 변화들이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아픈 곳 치유하려고 방문했던 심리상담센터인데, 단순 치유를 넘어 조금 과장하면 새 사람으로 거듭난 것 같은 느낌이다. 정확히는 나 자신의 내면을, 진정한 자아의 발현을 막고 있던 그 무엇인가를 거둬 내면서 너무나 자유롭고 긍정적인 나 자신을 만났으며, 지금 더 할 나위 없이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요즘은 나중에 임원이 되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는데, 사실 임원이 되고 안되고가 중요한 것 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 꿈과 열정이 있고 이것이 추진력이 되어 나를 움직이게 해 준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제는 왜 초기에 차주현 대표님이 임원도 될 수 있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상담이 단순히 치유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진정한 자아 그리고 스스로의 무한한 능력을 이끌어 내는 보다 높은 수준의 개념으로 이해되기를 희망한다.
두서없는 수기지만 누군가 비슷한 이유들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임원을 꿈꾸며..
|